○ 끄적끄적2010.07.24 09:58

노후는 내힘으로 쿨~한 슈퍼실버가 뜬다
손자 안봐! 상속 안해!

서울 강남의 40평대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친구들이 농담 삼아 던지는 "넌 부자잖아"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좋지 않다. 얼마 전 어머니가 역(逆)모기지론(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처럼 노후 생활비를 받는 제도)을 신청하며 자식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고 집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A씨의 부모님은 이 아파트 외에는 특별한 자산이 없다. 9억원 감정가를 아슬아슬하게 하회해 역모기지론을 신청한 A씨의 부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450만원 내외. 적지 않은 이 돈으로 A씨 부모는 은퇴 이후에도 골프를 치고 고급차를 타는 등 퇴직 전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묘사되던 한국사회 부모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 나이엔 자녀를 위해 모든 걸 바치고 늙어서는 자식에게 의지하는 인생 패턴은 이젠 옛말이다. 부동산 개발붐과 고도 경제 성장기에 직장을 다닌 이들은 가장 부유한 세대 중 하나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산다`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됐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제력을 갖추고 자식과 손자에 얽매이지 않으며 취미생활과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이른바 `슈퍼실버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이정재 서울대 농생대 교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소득에서 자가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4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의 22.4%와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자식이 보전해주는 돈은 1980년 75.6%에서 2009년 30.5%로 줄었다. 젊을 때 들어뒀던 국민연금 등 공적 부양은 28.1%로 증가했다. 결국 자기 소비의 69.4%가 모두 본인이 벌어둔 돈으로 살고 있단 뜻이다.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독립한 노년층은 삶의 질에 큰 가치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손자 보느라 집에 얽매이기 싫다며 양육 거부를 선언하는 노인들도 최근 크게 늘었다.

서울 마포구 한 직업소개소 전화상담자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보모를 찾는 문의가 매일 몇 건씩 들어오고 있는데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맞벌이는 느는데 애 봐줄 노년층은 줄고 있다.

이들은 예전 세대만큼 상속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 박홍규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양재지점장은 "예전에는 부모님이 아껴가면서 물려주려는 경향이 많았는데 지금은 60대 이후에도 기대 수명이 높기 때문에 상속이나 증여를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들을 위한 산업도 호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 요양ㆍ복지시설 운영업 매출은 2008년 1조3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8%가량 늘어난 것이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세란병원도 최근 노인 의료비 지출이 늘면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 환자 수가 매년 10%씩 늘고 있는데 평균 방문 환자 수 800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70%를 넘는다"고 말했다.

2008년 `메디컬 노인복지주택`을 표방하고 들어선 이 병원은 간호사와 응급구조사가 24시간 상주하며 노인들의 건강을 돌봐주고, 중앙 모니터실을 통해 입주자들의 동선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노인들은 수영이나 골프, 게이트볼 등의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대학도 이 같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몇몇 대학은 `스포츠 건강학부` 혹은 이와 유사한 전공학부를 신설해 노년층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 양성에 팔을 걷었다.

시니어ㆍ실버 스포츠 전문 지도자가 많이 필요해질 것이 확실한 만큼 노인 건강관리 전문가를 조기에 육성하려는 것이다.

부동산개발 세대답게 이들의 재산은 부동산에 집중돼 있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은 역모기지론을 활용해 예전 수준의 생활을 유지한다.

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역모기지론 신청건수는 500명 수준에서 지난해 1124명으로 늘었고 올해엔 7월까지만 벌써 906명이 신청했다.

◆ 겉은 화려해도 외로움 호소

= 멋진 노년을 보내는 듯 보이는 이들의 삶이 항상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이면엔 그림자도 짙다.

자녀ㆍ손자들과 오순도순 살아가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붕괴되고 자식들과 부대끼며 사는 경우가 줄다보니 우울증이나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200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하는 노인 숫자는 2008년 4029명으로 매년 10%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살자 3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주변 사람들의 불행한 노후를 본 노인들의 삶의 모습도 `자식 중심`에서 `본인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역모기지론을 하더라도 이들의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60대 초반의 김 모씨는 "솔직히 말해 예쁜 자식들한테 왜 집 한 채라도 물려주고 싶지 않겠냐"며 "하지만 가진 재산이 집 한 채인데 자식들한테 손 안 벌리고 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 생산과정 참여 필요

= 전문가들은 고령층을 소비의 주체로만 인식하기보다 이들이 제대로 된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생산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균 수명이 늘고 있는데 예전의 퇴직제도론 더 이상 경제가 활기를 띠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있는 돈만을 가지고 쓰다 가야만 하는 노인이라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정재 서울대 교수는 "적극적인 재교육을 통해 이들을 `생산의 주체`로 이끌어야 한다"며 "고령자 고용은 조세 수입을 확대하고 연금 재정 압박을 완화시키며 젊은 세대의 부담을 감소시켜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 스스로 자신이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노인을 위한 일자리 마련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고령자 가운데 대졸 이상 고급 인력 비중은 2000년 10.6%에서 2025년 38.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은 무차별적으로 단순 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직장에서 고위직에 있었지만 퇴직하면 일을 하고 싶어도 개인 사업 외엔 마땅히 할 게 없다. 고령 인력 고용을 위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재화 기자 / 정동욱 기자 /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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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로티스트 로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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